아들이 떠나는 날엔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4:30 AM |
몸을 일으켜 침대 끝자락에 앉았다. |
방안엔 나 혼자다. |
옷을 챙겨입고 아래층에 내려오니 아내는 이미 채비를 끝내고 짐을 싸는 아들을 바라보고 있다. |
오늘은 아들이 Winter break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가는 날이다. |
어두운 공기가 차분하다. 차의 시동을 켜고 공항으로 향했다. |
아내는 곧 돈 백불을 아들에게 건내며 비행기가 도착하거든 우버를 타고 숙소까지 편히 가라 말한다. |
아들은 서툰 한국말로 '고맙습니다' 했다. 기특하다. 저 나이때 날 생각하면 퍽 그러하다. |
공항 가는길은 아직 어둡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 멀리 검은 하늘에 외려 맘이 편하다. |
가는 동안 아들은 말이 없다. 거의 밤을 세웠으니 졸리기도 할것이다. 나와 아내도 그런 아들을 위해 아무말이 없다. |
새벽 굳은 날씨에도 공항주차장이 북적였다. '아마도 모두 귀환하는 학생들 때문이겠구나' 했다. |
사실 아들은 보통 약속시간보다 1시간이상씩 앞서 기다리는, 권하지도 막지도 못할 습관이 있다. |
아내는 아들이 식사도 잊고 게이트에게 오랜시간 기다릴것을 안다. 그리고 크레딧카드가 없이는 기내에선 음식을 사먹을수 없지만 |
아들은 여적 한번도 이와 관련한 내색을 하지 않았기에 아내는 항공사 라운지 이용권을 전하며 시간이 충분하니 꼭 들러서 아침을 먹으라 신신당부했다. |
검색대 입구에 들어서자 포옹과 입마춤의 이별의식이 계속되고 있었다. |
아내가 먼저 아들을 꼭 안았다. 1년전과 달리 아들도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엄마를 꼭 안아준다. |
몇번의 세찬 볼입맞춤이 끝나고….. 이젠 내 차례. 공식적으로, 저항할 명분을 주지 않는, 일년에 몇 안되는 |
아들과 키스가 가능한 귀한 날이다. 와락 그리고 덥석. 마스크 덕분에 모션과 소리만 야단법석 했다. |
멀어져가는 아들은 뒤돌아보지 않고 냉큼 걸어들어갔다. 아들이 보이지 않게 되어서야 아내와 난 돌아선다. |
내 팔을 잡고 걷는 아내가 '이번에 안울었어. 오늘은 뒷모습에도 눈물이 안나네?' 말했다. |
공항을 나와 집으로 가는길은 여전히 어둡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 |
아드님이 대학생 인가요?? 가족이 서로 사랑으로 함께 하는 모습 넘 보기좋아요^^*
날개님 글을 보니 문득 몇년전 명절날이 떠오릅니다. 부모님댁을 방문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손주들이 너무나 반가워 한명 한명 따뜻하게 안아주시며 인사했었죠. 하필 제가 바로 뒤따라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어쩔수없이 다음이 제 차례가 되고 말았습니다. 우린 서로 약속이라도 한듯 외면하며 돌아섰습니다. 새로 들어온 가구만 칭찬하며 들어갔었던거 같네요... 참고로 경상도 출신입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