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떠나는 날엔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정보말고 자유기고
Author
날개
Date
2023-01-15 22:33
Views
344
4:30 AM
몸을 일으켜 침대 끝자락에 앉았다.
방안엔  나 혼자다. 
옷을 챙겨입고 아래층에 내려오니 아내는 이미 채비를 끝내고 짐을 싸는 아들을 바라보고 있다. 
오늘은 아들이 Winter break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가는 날이다.
 
어두운 공기가 차분하다. 차의 시동을 켜고 공항으로 향했다.
아내는 곧 돈 백불을 아들에게 건내며 비행기가 도착하거든 우버를 타고 숙소까지 편히 가라 말한다.
아들은 서툰 한국말로 '고맙습니다' 했다.  기특하다. 저 나이때 날 생각하면 퍽 그러하다.
공항 가는길은 아직 어둡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 멀리 검은 하늘에 외려 맘이 편하다.
가는 동안 아들은 말이 없다. 거의 밤을 세웠으니 졸리기도 할것이다. 나와 아내도 그런 아들을 위해 아무말이 없다.
 
새벽 굳은 날씨에도 공항주차장이 북적였다. '아마도 모두 귀환하는 학생들 때문이겠구나' 했다.
사실 아들은 보통 약속시간보다 1시간이상씩 앞서 기다리는, 권하지도 막지도 못할 습관이 있다.
아내는 아들이 식사도 잊고 게이트에게 오랜시간 기다릴것을 안다. 그리고 크레딧카드가 없이는 기내에선 음식을 사먹을수 없지만 
아들은 여적 한번도 이와 관련한 내색을 하지 않았기에 아내는 항공사 라운지 이용권을 전하며 시간이 충분하니 꼭 들러서 아침을 먹으라 신신당부했다.
 
검색대 입구에 들어서자 포옹과 입마춤의 이별의식이 계속되고 있었다. 
아내가 먼저 아들을 꼭 안았다. 1년전과 달리 아들도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엄마를 꼭 안아준다. 
몇번의 세찬 볼입맞춤이 끝나고….. 이젠 내 차례. 공식적으로, 저항할 명분을 주지 않는, 일년에 몇 안되는
아들과 키스가 가능한 귀한 날이다.  와락 그리고 덥석. 마스크 덕분에 모션과 소리만 야단법석 했다.
멀어져가는 아들은 뒤돌아보지 않고 냉큼 걸어들어갔다. 아들이 보이지 않게 되어서야 아내와 난 돌아선다.
내 팔을 잡고 걷는 아내가  '이번에 안울었어. 오늘은 뒷모습에도 눈물이 안나네?'  말했다.
 
공항을 나와 집으로 가는길은 여전히 어둡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
Total Reply 2

  • 2023-01-16 09:24

    아드님이 대학생 인가요?? 가족이 서로 사랑으로 함께 하는 모습 넘 보기좋아요^^*


  • 2023-01-17 08:02

    날개님 글을 보니 문득 몇년전 명절날이 떠오릅니다. 부모님댁을 방문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손주들이 너무나 반가워 한명 한명 따뜻하게 안아주시며 인사했었죠. 하필 제가 바로 뒤따라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어쩔수없이 다음이 제 차례가 되고 말았습니다. 우린 서로 약속이라도 한듯 외면하며 돌아섰습니다. 새로 들어온 가구만 칭찬하며 들어갔었던거 같네요... 참고로 경상도 출신입니다ㅋ


아들이 떠나는 날엔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정보말고 자유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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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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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5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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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
4:30 AM
몸을 일으켜 침대 끝자락에 앉았다.
방안엔  나 혼자다. 
옷을 챙겨입고 아래층에 내려오니 아내는 이미 채비를 끝내고 짐을 싸는 아들을 바라보고 있다. 
오늘은 아들이 Winter break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가는 날이다.
 
어두운 공기가 차분하다. 차의 시동을 켜고 공항으로 향했다.
아내는 곧 돈 백불을 아들에게 건내며 비행기가 도착하거든 우버를 타고 숙소까지 편히 가라 말한다.
아들은 서툰 한국말로 '고맙습니다' 했다.  기특하다. 저 나이때 날 생각하면 퍽 그러하다.
공항 가는길은 아직 어둡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 멀리 검은 하늘에 외려 맘이 편하다.
가는 동안 아들은 말이 없다. 거의 밤을 세웠으니 졸리기도 할것이다. 나와 아내도 그런 아들을 위해 아무말이 없다.
 
새벽 굳은 날씨에도 공항주차장이 북적였다. '아마도 모두 귀환하는 학생들 때문이겠구나' 했다.
사실 아들은 보통 약속시간보다 1시간이상씩 앞서 기다리는, 권하지도 막지도 못할 습관이 있다.
아내는 아들이 식사도 잊고 게이트에게 오랜시간 기다릴것을 안다. 그리고 크레딧카드가 없이는 기내에선 음식을 사먹을수 없지만 
아들은 여적 한번도 이와 관련한 내색을 하지 않았기에 아내는 항공사 라운지 이용권을 전하며 시간이 충분하니 꼭 들러서 아침을 먹으라 신신당부했다.
 
검색대 입구에 들어서자 포옹과 입마춤의 이별의식이 계속되고 있었다. 
아내가 먼저 아들을 꼭 안았다. 1년전과 달리 아들도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엄마를 꼭 안아준다. 
몇번의 세찬 볼입맞춤이 끝나고….. 이젠 내 차례. 공식적으로, 저항할 명분을 주지 않는, 일년에 몇 안되는
아들과 키스가 가능한 귀한 날이다.  와락 그리고 덥석. 마스크 덕분에 모션과 소리만 야단법석 했다.
멀어져가는 아들은 뒤돌아보지 않고 냉큼 걸어들어갔다. 아들이 보이지 않게 되어서야 아내와 난 돌아선다.
내 팔을 잡고 걷는 아내가  '이번에 안울었어. 오늘은 뒷모습에도 눈물이 안나네?'  말했다.
 
공항을 나와 집으로 가는길은 여전히 어둡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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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16 09:24

    아드님이 대학생 인가요?? 가족이 서로 사랑으로 함께 하는 모습 넘 보기좋아요^^*


  • 2023-01-17 08:02

    날개님 글을 보니 문득 몇년전 명절날이 떠오릅니다. 부모님댁을 방문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손주들이 너무나 반가워 한명 한명 따뜻하게 안아주시며 인사했었죠. 하필 제가 바로 뒤따라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어쩔수없이 다음이 제 차례가 되고 말았습니다. 우린 서로 약속이라도 한듯 외면하며 돌아섰습니다. 새로 들어온 가구만 칭찬하며 들어갔었던거 같네요... 참고로 경상도 출신입니다ㅋ


아들이 떠나는 날엔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정보말고 자유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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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Date
2023-01-15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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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
4:30 AM
몸을 일으켜 침대 끝자락에 앉았다.
방안엔  나 혼자다. 
옷을 챙겨입고 아래층에 내려오니 아내는 이미 채비를 끝내고 짐을 싸는 아들을 바라보고 있다. 
오늘은 아들이 Winter break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가는 날이다.
 
어두운 공기가 차분하다. 차의 시동을 켜고 공항으로 향했다.
아내는 곧 돈 백불을 아들에게 건내며 비행기가 도착하거든 우버를 타고 숙소까지 편히 가라 말한다.
아들은 서툰 한국말로 '고맙습니다' 했다.  기특하다. 저 나이때 날 생각하면 퍽 그러하다.
공항 가는길은 아직 어둡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 멀리 검은 하늘에 외려 맘이 편하다.
가는 동안 아들은 말이 없다. 거의 밤을 세웠으니 졸리기도 할것이다. 나와 아내도 그런 아들을 위해 아무말이 없다.
 
새벽 굳은 날씨에도 공항주차장이 북적였다. '아마도 모두 귀환하는 학생들 때문이겠구나' 했다.
사실 아들은 보통 약속시간보다 1시간이상씩 앞서 기다리는, 권하지도 막지도 못할 습관이 있다.
아내는 아들이 식사도 잊고 게이트에게 오랜시간 기다릴것을 안다. 그리고 크레딧카드가 없이는 기내에선 음식을 사먹을수 없지만 
아들은 여적 한번도 이와 관련한 내색을 하지 않았기에 아내는 항공사 라운지 이용권을 전하며 시간이 충분하니 꼭 들러서 아침을 먹으라 신신당부했다.
 
검색대 입구에 들어서자 포옹과 입마춤의 이별의식이 계속되고 있었다. 
아내가 먼저 아들을 꼭 안았다. 1년전과 달리 아들도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엄마를 꼭 안아준다. 
몇번의 세찬 볼입맞춤이 끝나고….. 이젠 내 차례. 공식적으로, 저항할 명분을 주지 않는, 일년에 몇 안되는
아들과 키스가 가능한 귀한 날이다.  와락 그리고 덥석. 마스크 덕분에 모션과 소리만 야단법석 했다.
멀어져가는 아들은 뒤돌아보지 않고 냉큼 걸어들어갔다. 아들이 보이지 않게 되어서야 아내와 난 돌아선다.
내 팔을 잡고 걷는 아내가  '이번에 안울었어. 오늘은 뒷모습에도 눈물이 안나네?'  말했다.
 
공항을 나와 집으로 가는길은 여전히 어둡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
Total Reply 2

  • 2023-01-16 09:24

    아드님이 대학생 인가요?? 가족이 서로 사랑으로 함께 하는 모습 넘 보기좋아요^^*


  • 2023-01-17 08:02

    날개님 글을 보니 문득 몇년전 명절날이 떠오릅니다. 부모님댁을 방문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손주들이 너무나 반가워 한명 한명 따뜻하게 안아주시며 인사했었죠. 하필 제가 바로 뒤따라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어쩔수없이 다음이 제 차례가 되고 말았습니다. 우린 서로 약속이라도 한듯 외면하며 돌아섰습니다. 새로 들어온 가구만 칭찬하며 들어갔었던거 같네요... 참고로 경상도 출신입니다ㅋ